월급 400만원? 과연 우리가 그렇게 받고 있을까
요즘 뉴스를 보면 자주 이런 문구를 마주하게 된다.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4,000만원을 돌파했다”, “평균 월급은 350만원을 넘었다” 등. 하지만 우리 주변을 보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친구도, 나도, 가족도 그렇게 받는 사람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도 2024년 초에 ‘평균 연봉 4,000만 원 시대’라는 기사를 보고 “그럼 난 평균도 못 미치네?”라는 생각이 들어 살짝 자존감이 내려갔던 적이 있다. 그런데 곧 알아차렸다. 저 통계에는 ‘평균의 착시’가 있다는 것을.
평균이 아닌 ‘중위값’을 봐야 하는 이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평균’은 단순히 전체 금액을 인원수로 나눈 값이다. 그런데 문제는, 몇몇 소수의 초고소득자들이 이 평균을 확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십억, 수백억을 버는 대기업 CEO, 스타트업 창업자, 상위 0.1% 전문직 소득자들이 포함되어 버리면, 전체 평균은 현실과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현실적인 기준이 되는 건 ‘중위값’이다. 전체를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중간에 위치한 사람의 수치, 이게 우리가 체감하는 실제 연봉 수준에 가깝다.
2025년 현재 한국 직장인의 중위 연봉은 대략 3,500만 원 수준, 월급으로 환산하면 실수령 약 260~270만 원 선이다. “평균 4,000만 원”의 이미지와는 꽤 큰 차이가 있다.
직종별 연봉은 천차만별, 비교는 신중히
각자의 직무에 따라 연봉은 매우 다르게 형성된다. 우리가 종종 접하는 ‘연봉 순위표’ 같은 걸 볼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의료계·금융계·공공기관 고위직 등은 평균 연봉이 억 단위를 넘어간다. 이런 수치들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요소다.
2025년 기준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의사, 의료진: 1억 5천만 원 이상
공공기관 고위직: 3억 원 이상
컴퓨터·소프트웨어 전문가: 6천만 원대
금융 및 보험업 종사자: 7천만 원대
사회복지사, 교육 서비스업 종사자: 3천만 원대 이하
전문직과 관리직, IT 직군은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지만, 복지나 교육처럼 필수 영역에 속하면서도 수익성이 낮은 업종은 연봉이 크게 낮게 형성되어 있다. 이처럼 단순한 비교는 금물이다. 업종마다 시장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평균을 가지고 자기와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나이별 연봉: 기대와 현실의 차이
흔히들 “나이가 들수록 연봉은 오른다”고 말한다. 물론 초기에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실제로 20대 후반보다는 30대, 40대가 평균 연봉이 높다. 그러나 일정 시점 이후에는 상승세가 멈추거나, 오히려 꺾이기도 한다.
2025년 기준 나이별 평균 연봉은 다음과 같다.
25~29세: 평균 연봉 약 3,678만 원 (세후 월 약 270만 원)
30~34세: 약 4,458만 원 (세후 월 약 320만 원)
35~39세: 약 5,256만 원 (세후 월 약 370만 원)
40~49세: 약 5,900만 원 (세후 월 400만 원 초반)
50대 후반 이후: 연봉 하락 시작, 평균 4,500만 원 이하로 감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점’이 생각보다 일찍 온다는 것이다. 보통 40대 중후반이면 연봉 상승세가 둔화되고, 50대에는 퇴직이나 계약직 전환 등의 이유로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특히 중소기업 근무자라면 더 빠르게 체감될 수 있다.
대기업 vs 중소기업: 연봉 격차는 현실이다
기업 규모에 따라 연봉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2025년 현재,
대기업 평균 연봉: 약 7,800만 원
중소기업 평균 연봉: 약 3,200만 원
이 차이는 단순한 ‘복지의 차이’가 아니라, 생활 수준의 격차로 이어진다. 특히 신입 연봉 기준에서 대기업은 4,000만 원을 넘는 반면, 중소기업은 2,400만 원 수준인 경우도 흔하다. 이 간극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진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대기업만 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중요한 건 자신의 커리어 방향과 성장 가능성이다. 다만 현실을 냉정히 파악하고, 급여 외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경험, 커리어 전환의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까
요즘 주변에서도 이직을 고민하거나, 연봉이 생각보다 오르지 않아 고민하는 친구들을 자주 본다. 그리고 모두가 비슷한 말들을 한다.
“남들은 다 잘 버는 것 같은데, 나만 정체된 기분이야.”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남들’은 상위 10%일 수도 있다. 우리는 평균의 허상, 아니 상위 평균의 착시에 빠져 살고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전체 근로자 중 연봉 5,000만 원 이상을 받는 사람은 절대 다수가 아니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연봉 3,000만 원대가 가장 일반적인 구간이며, 이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즉, 당신이 느끼는 그 ‘정체된 기분’은 오히려 정상에 가깝다.
현실적인 기준을 세우자
그래서 나는 요즘 이렇게 생각한다.
연봉은 성장의 척도이지만,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나와 업종이 다르고, 경력과 직무가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중위값을 기준으로 현실을 판단하고, 성장 가능성과 이직 전략을 병행하자.
누구나 억대 연봉을 꿈꾼다. 하지만 그 자리에 가기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더구나 외부 요인—예를 들면 경기 침체, 금리 인상, 산업 트렌드의 변화—가 개인의 커리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 중요한 건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거기서부터 나만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마치며
우리는 종종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 ‘남들’이 정말 평균인지, 상위 1%인지 우리는 모른다. 통계를 제대로 읽는 습관을 가지자. 착시를 벗고 현실을 마주하자. 그리고 현실을 바탕으로, 더 나은 내일을 계획하자.
평균은 숫자일 뿐이다.
중요한 건 나의 방향성과 궤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