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 현실 후기
투잡, 솔직히 처음엔 기대도 많았고, 막연한 희망도 있었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본업 외에 남는 시간만 잘 활용하면 부수입이 꽤 될 줄 알았다.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투잡으로 월 200 벌었어요’ 같은 영상과 글을 보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해보니, 현실은 훨씬 더 복잡했고,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 투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본업만으로는 저축은커녕 생활비 감당도 빠듯한 달이 있었고, 여유가 없으니까 삶에 대한 만족도도 점점 떨어졌다. ‘이러다간 내 미래도 없겠다’ 싶어서 투잡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퇴근 후나 주말 시간을 활용해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처음 선택한 건 온라인 판매였다. 스마트스토어를 열고, 쿠팡 마켓플러스에도 상품을 올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제품을 선정하고, 상세 페이지를 만들고, 사진을 촬영하고, 광고를 돌리는 모든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갔다. 하루에 몇 시간씩 투자해야 했고, 주말에도 온전히 쉴 수 없었다. 무엇보다 초기에는 수익이 거의 없었다. 광고비와 상품 등록 비용으로 몇 만 원씩 빠져나가기만 하고, 실제 판매는 하루에 한두 건 있을까 말까 했다. 결국 두 달 정도 하고 나서 수익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판단에 접었다.
두 번째로 시도한 건 배달 대행이었다. 이건 물리적인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었지만, 수익 구조가 좀 더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바로 돈이 들어오는 구조라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퇴근 후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주말에는 낮 시간까지 배달을 했다. 한 달 정도 집중해서 해보니 수익은 꽤 괜찮았다. 평균적으로 하루 4시간 기준으로 4만 원 정도 벌 수 있었고, 주말까지 합치면 한 달에 약 60만 원 정도의 부수입이 생겼다. 하지만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체력’이었다. 본업도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일이라 피로가 누적되기 쉬운데, 배달까지 병행하니까 일주일만 지나도 몸이 축 뻗었다. 특히 비 오는 날, 추운 날, 여름처럼 더운 날은 정말 버티기가 힘들었다. 배달 도중에 사고 날 뻔한 순간도 여러 번 있었고, 이게 과연 지속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세 번째로 도전한 건 온라인 강의 제작이었다. 내가 평소에 관심 있었던 주제, 예를 들면 엑셀 활용법이나 워드프레스 사용법 같은 걸 강의로 만들어서 업로드하는 방식이었다. 이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콘텐츠 기획부터 촬영, 편집, 썸네일 제작, 설명 작성까지 모든 걸 혼자 해야 했다. 하지만 이건 앞의 두 가지와는 좀 달랐다. 한 번 만들어 놓으면 계속해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 이른바 ‘자동 수익’ 모델이라 가능성이 보였다.
처음 강의를 올린 후 한 달간 수익은 거의 없었다. 수강생도 없었고,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달, 세 달이 지나면서 조금씩 조회수가 올라가고,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관련 키워드를 통해 유입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 강의 하나에서만 매달 15만 원 정도 수익이 발생하고 있고, 새로 기획하고 있는 강의도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분명히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가장 안정적인 투잡이라고 느꼈다.
투잡을 하면서 깨달은 현실은 이렇다.
첫째, 쉽게 돈 버는 투잡은 없다. 유튜브에서 말하는 고수익 투잡은 대부분 준비된 사람들에게 가능한 일이다.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 당장 시작해서 바로 수익을 낸다는 건 환상에 가깝다. 대부분의 투잡은 ‘돈보다 시간이 더 많이 드는’ 구조다. 오히려 시간과 체력을 갈아 넣어야 수익이 조금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둘째, 내 시간의 가치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하루 4시간을 투자해서 만 원을 벌 수 있다면, 그게 정말 내게 이득일까? 초기에는 당장 돈이 들어오니까 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너무 비효율적일 수 있다. 특히 본업에도 영향을 주는 경우엔 투잡이 아니라 손해다.
셋째, 자기한테 맞는 방식이어야 지속할 수 있다. 나처럼 말보단 글이 편하고, 기획하고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온라인 강의나 블로그, 유튜브처럼 콘텐츠 기반의 투잡이 맞는다. 반면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많은 사람은 배달이나 대면 서비스 쪽이 더 맞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남이 성공한 방식이 아니라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가’다.
넷째, 꾸준함과 반복이 결국 수익을 만든다. 온라인 강의나 블로그 수익처럼 시간이 누적되어야 수익이 나는 구조는 당장 성과가 없어도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초반엔 허무할 정도로 아무런 반응이 없지만, 결국은 누군가 찾아보게 되고 수익이 생기기 시작한다. 단, 이 과정을 버티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나도 수차례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건 남는 장사다”는 믿음 하나로 계속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투잡은 돈보다 삶의 균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수익이 아무리 많아도 내 시간이 없고, 스트레스가 더 늘어난다면 그건 실패한 투잡이다. 나도 처음엔 무조건 수익에만 집중했는데, 결국 번아웃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서야 그걸 깨달았다. 이제는 주당 몇 시간 이상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세웠고, 수익이 조금 적더라도 지속 가능한 방식만 추구하고 있다.
지금은 온라인 강의와 블로그 운영을 병행하면서, 소액이지만 매달 꾸준한 수익이 생기고 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덜하고, 내 생활 리듬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할 수 있어서 만족도도 높다.
결론적으로, 투잡은 분명히 수익적인 면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시간, 체력, 노력, 인내심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내 삶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마음만으로 시작하면 중간에 지치기 쉽다. 반대로 장기적으로 보고 꾸준히 밀고 나갈 수 있다면, 투잡은 분명 내 삶을 바꾸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