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활용능력 2급, 흔히 줄여서 ‘컴활 2급’이라고 부르는 이 자격증은 언젠가 꼭 따야지 하면서도 미루기 쉬운 시험 중 하나였다. 나도 한동안 “언젠간 필요하겠지”라는 생각만 하다가, 실제로 회사에서 엑셀 파일을 다루는 일이 잦아지면서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컴활 2급을 준비하고 취득하는 과정은 단순한 자격증 취득을 넘어, 내 업무 능력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경험이었다.
시작은 가벼운 마음으로
컴활 2급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좀 얕잡아봤다.
“엑셀 좀 만지면 되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교재 하나 사서 대충 훑으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펴고 문제를 풀어보니, 생각보다 디테일하고 꼼꼼하게 다뤄야 할 부분이 많았다. 컴퓨터 일반 부분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본 지식부터 네트워크, 운영체제 이야기까지 나왔다.
엑셀은 그냥 SUM 함수 정도만 알면 되는 줄 알았는데, COUNTIF, VLOOKUP, 피벗 테이블, 고급 필터 같은 생소한 기능들이 쏟아졌다.
그때 깨달았다. 아, 이거 만만하게 볼 시험이 아니구나.
그렇게 본격적으로 “필기 + 실기”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공부가 시작됐다.
필기 공부, 이론보다 문제풀이 중심으로
처음에는 책 한 장 한 장 정독하려 했다. 그러나 곧 지쳐버렸다. 정보량은 방대하고, 굳이 몰라도 될 부분까지 세세하게 다루다 보니 시간만 많이 잡아먹었다.
결국 전략을 바꿨다.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공부하기로 했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 큐넷 홈페이지나 네이버 카페, 블로그에서 기출문제를 구해서 풀었다. 문제를 풀다 보면 어떤 개념이 자주 나오는지 자연스럽게 감이 잡힌다. 예를 들어, CPU의 역할, 보조기억장치 종류, 컴퓨터 바이러스 개념, 그리고 스프레드시트 기본 기능들은 거의 매번 반복되었다.
처음 5회분은 틀린 문제도 많았지만, 오답을 정리하고 다시 풀어보니 점점 점수가 올라갔다. 대략 2주 정도 매일 1~2시간씩 투자해서, 필기 모의고사를 85점 이상 꾸준히 맞을 수 있게 됐다.
실기 공부, 무조건 손에 익힐 것
필기를 합격하고 나니, 실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솔직히 실기가 훨씬 어려웠다. 책을 읽어서는 절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직접 엑셀을 켜고 손으로 수십 번, 수백 번 해봐야 했다.
엑셀 기본 조작은 할 줄 알았지만, 시험은 ‘엑셀을 빠르고 정확하게 다루는 능력’을 요구했다. 특히 조건부 서식, 고급 필터, 데이터 통합, 정렬 및 필터 적용 같은 부분은 헷갈리기 쉬웠다.
내가 사용한 방법은 단순했다.
기출유형 파일을 다운받아 무한반복
조건을 정확히 읽고 지시사항을 그대로 수행
파일 저장하는 습관 들이기 (Ctrl+S)
처음에는 40분짜리 시험 문제를 다 푸는데 1시간 넘게 걸렸다. 실망도 했지만, 하루에 한 세트씩 연습하면서 점점 속도가 붙었다. 나중에는 30~35분 안에 여유 있게 문제를 풀 수 있었다.
특히 실기 연습할 때는 ‘실제 시험처럼’ 시간을 재면서 푸는 게 정말 중요했다. 시간을 측정하지 않으면 긴장감도 없고, 실제 시험에서 시간에 쫓겨 실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시험 당일 이야기
시험은 상시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까운 날짜를 골라서 접수했다. 나는 주말 오전 시험을 선택했다. 아침 일찍 시험을 보면 덜 피곤하고, 컨디션도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필기시험은 생각보다 쉬웠다. 기출 위주로 공부했기 때문에 익숙한 문제가 많았다.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소거법으로 답을 고를 수 있었다. 시험장에서 긴장해서 실수할까 봐 걱정했지만, 막상 시험지를 받아들자 “아, 이거 풀어봤던 유형인데?“라는 안도감이 들어 훨씬 수월했다.
실기시험은 약간 긴장됐다. 컴퓨터 앞에 앉아 시험 프로그램을 띄우고, 지시사항을 읽는데 괜히 손에 땀이 났다. 문제는 평소 연습했던 것보다 조금 더 복잡하게 나왔지만, 크게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풀어나갔다.
파일 저장은 문제를 하나 풀 때마다 습관처럼 눌렀다. 그 덕분에 마지막에 컴퓨터가 살짝 버벅였지만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마지막 문제까지 풀고, 남은 5분 동안 전체를 훑으며 실수한 부분이 없는지 다시 체크했다. 그때 고급 필터 설정을 잘못한 걸 발견해서 수정할 수 있었는데, 아니었으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합격의 순간
결과는 약 일주일 후에 발표되었다. 큐넷에 로그인해서 성적 조회를 눌렀을 때, “합격”이라는 두 글자가 떴다.
정말 뿌듯했다. 단순히 자격증 하나를 땄다는 성취감을 넘어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완수했다는 만족감이 컸다.
필기는 87점, 실기는 89점으로 무난하게 합격했다.
특히 실기는 불합격률이 높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열심히 연습한 만큼 결과가 따라와 줘서 더 감격스러웠다.
컴활 2급을 따고 난 후 달라진 점
가장 달라진 건 엑셀에 대한 자신감이다. 예전에는 간단한 합계나 평균 정도만 다룰 줄 알았지만, 이제는 필터링, 조건부 서식, 데이터 정렬, 피벗 테이블 생성까지 척척 할 수 있게 됐다.
업무에서도 엑셀 보고서 만들 때 훨씬 수월해졌고, 상사에게 맡겨지는 업무 수준도 높아졌다.
또 하나, 이력서에 ‘컴활 2급’을 적을 수 있게 된 점이다.
취업 시장에서는 자격증 한 줄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특히 사무직, 행정직, 공기업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필수 자격증이라고 느꼈다.
마무리하며
컴활 2급은 결코 ‘쉬운 자격증’은 아니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준비하면 누구나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기도 하다. 나처럼 컴퓨터를 그저 ‘할 줄 아는’ 수준에서 ‘능숙하게 활용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공부하는 동안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매일 조금씩 시간을 내어 꾸준히 하다 보니 결국 결과가 따라왔다.
처음엔 작은 목표였지만, 이 경험이 나에게 더 큰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앞으로도 어떤 도전이든, 이렇게 하루하루 쌓아나가는 자세로 임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