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테크에 능한 사람이 아니다. 재무 상담을 받아본 적도 없고, 주식을 활발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돈을 모을 수 있었던 가장 기본적인 방법 하나를 꼽자면, 그것은 바로 자동이체 시스템을 활용한 저축이었다. 그중에서도 월급의 10%만 자동으로 저축하는 습관은 내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오늘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월급 10% 저축법’을 어떻게 실천했고,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자세히 풀어보려 한다.
시작은 단순한 결심이었다
나는 늘 돈을 모으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월말이 되면 통장에 남는 돈은 거의 없었다. 카드값, 고정 지출, 약속 비용, 자잘한 쇼핑 등으로 수입은 늘 빠르게 사라졌고, 아무리 “다음 달부터 아껴야지”라고 다짐해도 변화는 없었다. 그럴 때 어느 블로그에서 “돈은 남는 걸 모으는 게 아니라 먼저 떼어놓는 것”이라는 문장을 보게 됐다. 그 문장이 당시의 나에게는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10%를 따로 떼어놓기로 말이다.
자동이체의 힘
처음에는 수동으로 해보려고 했다. 월급날에 직접 이체해서 다른 통장에 넣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항상 까먹거나, 마음이 흔들려서 이체를 취소해버리곤 했다. 그래서 자동이체를 걸어두기로 했다. 급여일 다음 날 오전 9시, 내 주거래 은행에서 다른 은행의 입출금 통장으로 정확히 월급의 10%가 빠져나가도록 설정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다른 은행’이라는 점이다. 같은 은행 내의 통장이라면 언제든지 쉽게 이체하고 출금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저축 효과는 떨어진다. 반대로 다른 은행으로 이체하면 심리적으로 접근이 어렵다. 심지어 나는 그 은행의 체크카드도 발급하지 않았고, 스마트폰 앱도 설치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곳에 돈을 숨긴’ 셈이다.
이렇게 자동이체를 걸고 나니 이상하게도 돈이 남기 시작했다. 내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쓰지 않은 돈’이 자연스럽게 쌓여갔다. 매달 빠져나가는 10%는 처음엔 약간 아쉽기도 했지만, 몇 달 지나고 나니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안 썼어도 되는 돈이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다.
10%는 크지 않지만, 꾸준함은 크다
사람에 따라 월급은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 10%는 작게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클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비율이 아니라, 꾸준히 똑같은 방식으로 저축을 이어가는 습관이다.
내 월급에서 10%를 떼어내면 대략 30만 원 정도였다. 이 돈은 큰 금액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생활에 아주 큰 영향을 주지도 않았다. 커피를 줄이고, 외식을 조금 줄이면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30만 원이 1년이 지나자 360만 원이 되었고, 2년이 되자 720만 원이 되었다. 단 한 번도 이 돈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복리 효과는 없지만 순수하게 쌓인 금액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웠다.
특히 중요한 건 이 저축 통장이 ‘비상금 통장’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다. 갑작스러운 병원비, 경조사 비용, 혹은 내가 무언가 꼭 필요한 물건을 사야 할 때, 이 통장이 나를 여러 번 도와주었다. 그 덕분에 카드 할부를 피할 수 있었고, 대출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생활 방식도 함께 달라졌다
이 저축법의 장점은 단순히 돈이 모인다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내 소비 습관 자체가 바뀌기 시작했다. 월급의 10%가 빠져나간 상태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산을 세우게 되었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생활이 정돈되었다.
예를 들어, 충동적으로 쇼핑몰에서 옷을 사는 일이 줄었다. ‘이 돈이 지금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물건을 사는 기준이 분명해졌다. 식비 또한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외식은 횟수를 줄이고,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는 걸 선호하게 되었다. 결국 10% 저축은 나의 ‘지출 구조’ 자체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상황에 따라 조정도 필요하다
물론 모든 시기에 이 저축법이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았다. 특별히 돈이 많이 나가는 시기에는 잠시 비율을 줄인 적도 있었다. 예를 들어 이사비용이 필요한 달에는 5%만 저축했고, 그다음 달에는 15%로 다시 맞췄다. 중요한 건 전체적인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지, 한 달 두 달의 비율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소득이 늘었을 때에도 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했다. 예전보다 월급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저축 금액도 올라가고, 소비 여유도 생긴다. 하지만 소비를 늘리는 대신, 처음의 비율을 유지하거나 약간 올리는 방향으로 설정하면 저축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
결론: 돈을 모으는 건 생각보다 단순하다
많은 사람이 재테크에 대해 어렵게 느낀다. 복잡한 투자, 분석, 차트, 금리 등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지레 겁을 먹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결국 돈을 모으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과 시스템이다. 자동이체는 그 꾸준함을 유지하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였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월급의 10%, 혹은 그보다 적은 5%라도 좋다. 중요한 건 ‘무조건 빠져나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매달 결심할 필요 없이, 시스템이 알아서 움직이고, 나는 그 흐름에 따라가는 것. 그렇게 쌓인 돈은 어느새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오늘 당장 자동이체를 설정해보기를 권한다. 처음엔 작아 보여도, 6개월, 1년이 지나면 분명히 체감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 경험을 통해 진심으로 자동이체의 힘을 믿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월급 10%는 매달 ‘보이지 않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