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년 전, 서울 외곽 지역에서 전세로 거주할 집을 구하던 중 ‘전세사기’라는 말을 처음 듣게 되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뉴스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로만 생각했고, 내가 직접 겪을 일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 사람 중 한 명이 피해를 입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는 이 문제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체감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부동산 계약을 할 때마다 신중을 기했고, 관련 정보도 철저히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 글에서는 내가 공부하고 정리한 전세사기 예방법과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왜 그런 사기가 발생했는지,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이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써본다.
전세사기란 무엇인가
전세사기란 전세 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정당하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심한 경우 거주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집주인이 고의로 세입자의 권리를 무시하거나, 집을 담보로 여러 채권을 설정해놓아 경매로 넘어가도 세입자가 우선순위를 잃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집주인의 부도덕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법적으로 허술한 부분이 존재하고, 세입자의 정보 접근성 부족도 한 몫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계약 전부터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실제 사례: 전세 사기로 전 재산을 잃은 A씨
내가 접했던 실제 사례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A씨의 이야기였다. 그는 신축 오피스텔에 전세로 입주했다. 매매가 3억 원대, 전세가는 2억 7천만 원이었다.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고, 공인중개사도 “문제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집의 등기부등본에 있었다. A씨는 계약 당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했지만, 설정된 근저당이 매매가의 80%에 육박했다. 즉, 집주인이 이미 집을 담보로 많은 돈을 빌려둔 상태였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도 “전세보증보험이 있으니까 괜찮다”는 말만 믿고 계약을 진행했다.
몇 달 후,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했고, 집은 경매에 넘어갔다. 우선순위가 밀려 A씨는 전세보증금을 거의 돌려받지 못했다. 결국 그는 가족과 함께 반지하로 이사해야 했다. 이 사례는 ‘허위 보증’과 ‘과다한 근저당’이 결합한 전형적인 전세사기 유형이었다.
전세사기 예방법 1: 등기부등본 철저히 확인하기
등기부등본은 부동산의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문서다. 계약 전에 반드시 열람해야 하며, 요즘은 인터넷 등기소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항목은 ‘갑구’와 ‘을구’이다.
갑구는 소유권 관련 사항이, 을구는 채권 관련 사항이 기록되어 있다. 을구에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전세금이 집의 매매가보다 현저히 높거나, 근저당 설정 금액이 높을 경우 위험하다. 이런 경우 세입자는 경매에서 순위가 밀려 보증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등기부등본은 계약 당일, 혹은 그 직전에 다시 확인해야 한다. 계약 직전에도 집주인이 몰래 근저당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예방법 2: 전세보증보험 가입 여부 확인
전세보증보험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증기관이 이를 대신 지급해주는 제도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 SGI서울보증 등이 대표적인 기관이다.
이 보험에 가입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모든 조건이 자동으로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건물의 연식, 채권 우선순위, 임대인의 신용 상태 등에 따라 보험 가입이 거절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계약 전부터 가입 가능 여부를 사전에 조회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세보증보험은 일정한 비용이 들지만, 전 재산을 날리는 것에 비하면 그 비용은 매우 저렴하다. 특히 소형 아파트, 오피스텔의 경우 사기 확률이 높기 때문에 꼭 확인해야 한다.
전세사기 예방법 3: 주변 시세와 비교하기
전세사기 피해자의 대부분은 ‘시세보다 너무 싼’ 매물을 선택한 경우였다. 서울이나 수도권의 전세 시세는 실거래가 조회 시스템이나 부동산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지역에서 동일한 평수, 유사한 조건의 매물과 비교했을 때 유독 싼 매물이 있다면 반드시 의심해봐야 한다.
나 역시 과거에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너무 조건이 좋아서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했지만, 막상 알아보니 집주인이 여러 채의 집을 소유하며 세입자를 돌려막기 식으로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다행히 계약 전에 알아차려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전세사기 예방법 4: 공인중개사 믿지 말고 직접 확인하기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거래의 전문가이지만, 모든 중개사가 선량한 것은 아니다. 일부는 집주인과 결탁해 세입자를 속이기도 한다. 특히 신축 건물이나 다가구주택의 경우 이런 경우가 많다.
공인중개사의 말만 믿지 말고, 반드시 본인이 직접 서류를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여러 군데를 비교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계약 시 중개업소가 공인된 등록업체인지, 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전세사기 예방법 5: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는 필수
전세 계약 후, 꼭 해야 하는 것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받기다. 이 두 가지를 통해 법적으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가질 수 있다.
전입신고는 해당 주소에 실제로 거주한다는 것을 행정적으로 인정받는 절차고, 확정일자는 계약서를 법적으로 등록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면, 설령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일정 조건 하에 보증금을 먼저 받을 수 있다.
결론: 철저한 준비가 전세사기를 막는다
전세사기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집을 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기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무심코 넘어갔다면 지금쯤 피해자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감정적으로 집을 결정하지 말고, 계약 전후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등기부등본 확인, 시세 비교, 전세보증보험 가입,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등, 이 모든 절차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전세사기는 예방이 가장 확실한 대응 방법이다. 한 번 계약을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다. 이 글이 전세를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방패가 되어주길 바란다.